가곡

악곡의 구조

가곡의 형식

가곡은 약 45음절 내외의 시를 미리 정해진 40여곡의 틀에 맞추어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이다. 가곡의 연주방식은 창자(唱者)와 함께 관현반주(실내악)에 일정한 형식을 갖춰서 연주하는 것이다.
5장 형식으로 이루어진 가곡은 노래를 시작하기 전 반주악기가 전주곡인 다스름이나 대여음을 연주하면 이어서 초장, 이장, 삼장을 노래하고 간주곡인 중여음을 연주한 후 나머지 사장, 오장을 노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5장의 연주 형태는 전주와 초장은 준비(準備), 이장은 제시(提示), 삼장은 전개(展開), 사장은 절정(絶頂)을 이루어 결말을 잇는 긴장(緊張), 오장은 긴장을 풀어주는 이완(弛緩)이라는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음 곡으로 이어지는 대여음으로 넘어가 또 다른 다섯 단계가 시작되는 환원(環圓) 형식을 띄고 있다.

[가곡 5장형식의 도상]

가곡의 연창(演唱)방식

현재 전해저 불리는 가곡의 수는 총 155곡이다. 이 155곡의 가곡에는 남자가 부르는 곡이 있고 여자가 부르는 곡이 있으며, 남자와 여자가 같이 부르는 곡이 있다. 가곡의 연창 방식으로는 남자가 부르는 것을 남창, 여자가 부르는 것을 여창이라고 하며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가며 부르는 것을 남녀창이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부르는 곡은 유일하게 ‘대받침[歌畢奏臺]’라고 하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은 남창과 여창에서는 독창이 되고 남녀창에서는 병창이 된다.
남창은 26곡, 여창은 15곡의 틀이 남아있으며, 전곡을 부르는 것을 두고 ‘한바탕’이라고 한다 . 하지만 이러한 연창 방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짜기도 한다. 한바탕을 이루는 곡의 구성은 빠르기와 조의 변화라는 두 가지의 틀을 중심으로 엮어졌다.

[표] 가곡의 연창 방식

순서 남 창 여 창 남 녀 창
곡  명 곡  명 창자 곡  명
1 우조 초삭대엽(初數大葉) 우조 이삭대엽(二數大葉) 남창 우조 초삭대엽(初數大葉)
2 이삭대엽(二數大葉) 중거(中擧) 여창 이삭대엽(二數大葉)
3 중거(中擧) 평거(平擧) 남창 중거(中擧)
4 평거(平擧) 두거(頭擧) 여창 중거(中擧)
5 두거(頭擧) 반우반계 반엽(半葉) 남창 평거(平擧)
6 삼삭대엽(三數大葉) 계면조 이삭대엽(二數大葉) 여창 평거(平擧)
7 소용(騷聳) 중거(中擧) 남창 삼삭대엽(三數大葉)
8 반우반계 반엽(半葉) 평거(平擧) 여창 두거(頭擧)
9 계면조 초삭대엽(初數大葉) 두거(頭擧) 남창 소용(騷聳)
10 이삭대엽(二數大葉) 평롱(平弄) 여창 반우반계 반엽(半葉)
11 중거(中擧) 우조 우락(羽樂) 남창 계면조 초삭대엽(初數大葉)
12 평거(平擧) 반우반계 환계락(還界樂) 여창 이삭대엽(二數大葉)
13 두거(頭擧) 계면조 계락(界樂) 남창 중거(中擧)
14 삼삭대엽(三數大葉) 편삭대엽(編數大葉) 여창 중거(中擧)
15 소용(騷聳) 대받침[歌畢奏臺] 남창 평거(平擧)
16 계면조 언롱(言弄) - - 여창 평거(平擧)
17 평롱(平弄) - - 남창 삼삭대엽(三數大葉)
18 계락(界樂) - - 여창 두거(頭擧)
19 우조 우락(羽樂) - - 남창 계면조 언롱(言弄)
20 언락(言樂) - - 여창 평롱(平弄)
21 반우반계 편락(編樂) - - 남창 계락(界樂)
22 계면조 편삭대엽(編數大葉) - - 여창 계락(界樂)
23 언편(言編) - - 남창 우조 언락(言樂)
24 대받침[歌畢奏臺] - - 여창 우락(羽樂)
25 우조 우롱(羽弄) - - 남창 반우반계 편락(編樂)
26 우편(羽編) - - 여창 계면조 편삭대엽(編數大葉)
27 - - - - 병창 대받침[歌畢奏臺]

가곡의 선법(旋法)

가곡의 선법은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의 두 가지가 있다.
우조와 계면조는 모두 오음계 로 구성되며 그 구성음은 ‘황종(黃鍾, Eb)’, ‘태주(太簇,F)’, ‘중려(仲呂, Ab)’, ‘임종(林鍾, Bb)’, ‘남려(南呂, C)’이고 황종(黃鍾, Eb)을 주음(主音)으로 삼는다.

[우조 선법]

[계면조 선법]

선법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김새와 종지음이다.
가곡에서 우조(평조)와 계면조에서 출현하는 음계는 모두 황(黃), 태(太), 중(仲), 임(林), 남(南) 5음계이다. 이 중에서 어떤 음에 어떤 시김새가 출현하는 지, 어떤 음에서 끝나는 지에 따라 우조인지 계면조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조의 경우 ‘㑣’에 치켜 올리는 요성(추요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㑖, 仲’에서 흘러 내리는 요성(퇴요성)을 해준다. 또 ‘仲’이나 ‘太’에서 ‘㑲’으로 하행 진행하는 경우 추성이 붙고, 전성은 4장에서 한번 나타난다.
계면조는 우조와는 달리 ‘黃’에 치켜 올리는 요성이 자주 나타나고, ‘㑣, 林’에서 흘러내리는 요성을 한다. 또 ‘仲’ 또는 ‘黃’에서 낮은 음으로 진행할 경우 추성이 붙고, 전성은 모든 장에서 자주 등장한다.

가곡의 장단

가곡의 장단은 16박 장단과 10박 장단의 두 가지가 있다. 박수(拍數)는 16박이지만 장구의 북편이나 채편을 치는‘장구점(杖鼓點)’은 모두 10점이다. 이를 매화점 장단(梅花點杖鼓)이라고도 한다.
가곡의 장단이 이처럼 16박이 한 단위를 구성하는 것은 『세조실록악보』나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조선 전기의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현행 가곡이 조선 전기의 만•중•삭대엽 등 대엽조 악곡으로부터 변천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림] 정간보(16정간) (출처 : 대악후보 권3 악보 취화평)

가곡 장단의 구조는 이들 16박이 3•2•3•3•2•3의 6대강(六大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3대강에서 노래가 시작 한다.

10점 16박 한 장단인 가곡의 기본 장단은 비교적 느리게 연주되는데, 첫 곡인 <초삭대엽>은 1분 40박 이며, 가곡 한 바탕 중 가장 느린 [이삭대엽]은 1분 20박 정도의 빠르기이다. [이삭대엽] 이후에는 차츰 빨라지는 구조이다. 즉 중거•평거•두거의 순으로 빨라져서 두거에 이르면 초삭대엽의 빠르기를 회복하고, 삼삭대엽에서는 1분 45박 정도의 빠르기가 된다.
이후 소용을 거쳐 엇시조를 노랫말로 하는 농(弄)과 낙(樂)에서는 1분 60박 정도의 빠르기가 된다. 그러다가 노랫말의 글자 수가 크게 늘어난 사설시조를 노랫말로 하는 편(編)에 이르면 1분 70박에서 80박까지의 빠르기가 된다.
그러나 편계통의 악곡에서는 단순히 빠르기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곡의 장단에도 변화가 생긴다. 즉 앞서 살펴 본 가곡의 기본 장단 10점 16박 장단에서 쉬는 박 (사잇박)이 생략되어 10점 10박의 장단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편장단’이라 한다.
편장단으로 연주하는 악곡은 전체적인 빠르기도 빨라졌고, 장단도 변화가 있으며, 노랫말의 사설 붙임새도 달라져서 악곡의 느낌은 매우 경쾌하고 빠르게 느껴진다.

[그림] 10점 10박 장단의 생성과정

16박 장단이나 10박 편장단 모두 가곡의 한 장단은 5점으로 이루어진 8박 또는 5박 두 개가 모여 한 장단을 이룬다. 따라서 가곡 장단의 최소단위는 8박(편장단에서는 5박)이며, 노랫말의 증가에 따라 악곡의 선율을 확대할 경우는 8박을 단위로 삼아 늘리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가곡의 장단이나 빠르기와 관련하여 옛 악보에서는 매화점장단(梅花點長短)과 양식척(量息尺)을 활용하여 설명하였다.
매화점장단은 음점(陰點) 3개와 양점(陽點) 2개로 가곡 반 장단(8박)을 나타낸 것이다. 옛 악보에는 이 매화점장단 5점만 계속 되풀이 하여도 가곡 장단에 부합한다는 설명이 있다. 특히 『가곡원류』 등에는 이들 양점과 음점을 이용하여 가곡 한 곡의 장단을 표기하였다.
또한 양식척(量息尺)은 건강한 성인남성이 1분 동안 호흡(呼吸)한 수를 기준으로 가곡 한 장단을 연주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나타낸다.
보통의 성인남성은 1분에 약 20회의 숨을 쉬므로 1분 20정의 속도를 가지는 이삭대엽의 경우 16박 한 장단을 연주하는데에는 한 박에 한 호흡을 기준으로 잡고 연주하면 되고, 1분 40정의 속도를 가지는 초삭대엽의 경우는 16박 한 장단을 연주하는 데 두 박에 한 호흡을 기준을 잡고 연주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가곡의 악보
정간보(井間譜)

정간보(井間譜)는 조선시대 세종(1418~1450)이 창안한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有量樂譜)이다.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상하좌우로 간(間)을 나누어 싯가를 표시하고, 그 안에 음높이를 알 수 있는 악보(율자보•오음악보•공척보 등)를 표시한 기보법이다.
세종 때에는 1행(行)을 32정간으로 나누었는데, 세조 때에는 1행을 16정간으로 축소시켜 3•2•3•3•2•3간으로 구분하여, 6대강(大綱)의 대강보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림] 정간보(32정간) (출처 : 세종실록 권제140 악보 봉래의)

현행 정간보는 1행(行)을 박자수에 따라 6정간•10정간•12정간•16정간•20정간 등 여러 형태로 응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정간보는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